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끄적

1990.12.10 어느 늦은 밤

 

 

어느새 겨울공기

새벽인데도 잠은 오지를 않고 해야하는 것들은 뒤로 미루고

그러면 안되는데 안되는데 하면서도 또 미루고

사는게 왜 이 모양인지.

 

어느날 좋은 사람이 나타나서 짠하고 마음을 주고

웃음을 파는 사람처럼 만나면 눈을 바라보고

한 시간 두 시간 같이 있다보면 하루가 지나가고.

좋은 사람일까 마음이 조금씩 건너가는데

그 웃음은 진짜가 아니라는 걸 조금씩 알고 또 알고

모든게 왜 이 모양인지.

 

갑자기 문득 생각난 내가 태어나기 일년 또 십 사일전에 태어난

그 생각에 조금은 쓸쓸하고 덧없는 외로움을 붙이고

겨울바람이 손을 베어가르는 순간부터 담배에 불을 붙이고

불붙은 이 고물단지를 싫어했다는 그 기억하나가 떠올라서

다시 한번 붙이고 또 마시고

 

바다 위 조그만 집에서 겨울바람을 쐬던 유년시절

십여년이 지난 이 시점 다시 그 자리에 돌아와서

맛없는 회상과 추억을 곱씹다가 헛된 짓임을 알고 웃고

 

소리없는 불빛이 비추는 우주 속의 먼지같은 것들을

만나고 또 덧없이 헤아리며 이별하고 날려보내며

겨울이 허락해준 음악을 듣고 또 맛보고

한 시름 마음을 놓으면 그 위에 짐을 또 얹이고 또 쌓고

 

믿지도 못할 것들이 안개처럼 내 눈을 가리고 유혹하고

보이지 않는 길을 따라서 완벽한 길을 오르막 내리막 헤메고

또 한 번 그리운 사람을 바라고 또 원하고

생각을 씹으면 씹을수록 쓴맛이 우러나며 입안을 가득 채우고

빛이 사라진 시각 하늘을 바라보지만

 

오늘은 별이 없다.

 

 
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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